일반 영어
외운 단어가 말로 안 나오는 이유
영어
영어 단어 시험에서는 뜻을 바로 고르는데, 막상 말하거나 쓰려고 하면 그 단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엉뚱한 전치사를 붙여 틀리곤 합니다. 단어를 보고 뜻을 알아보는 지식과 뜻에서 단어를 꺼내 쓰는 지식은 서로 다른 것이어서, 한쪽만 연습하면 다른 쪽은 제자리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두 지식이 어떻게 다르고 그 간격이 왜 생기는지 살펴본 뒤, 한국어 화자가 아는 동사를 쓰면서 자주 틀리는 패턴과 알아보는 단어를 쓰는 단어로 옮기는 연습 순서를 정리합니다.
보면 아는 단어와 꺼내 쓰는 단어
듣거나 읽을 때 뜻을 알아보는 어휘를 이해 어휘(receptive vocabulary), 말하거나 쓸 때 스스로 꺼내 쓰는 어휘를 사용 어휘(productive vocabulary)라고 합니다. 수용 어휘와 표현 어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resemble을 보고 '닮다'를 떠올린다면 이 단어는 이해 어휘에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할아버지를 닮았다'를 영어로 말하려는 순간 resemble이 떠오르지 않거나, 떠오르더라도 resemble with his grandfather라고 말한다면 아직 사용 어휘는 아닙니다.
뉴질랜드의 어휘 연구자 Paul Nation(I.S.P. Nation)은 저서 Learning Vocabulary in Another Language에서 단어를 안다는 것을 형태, 의미, 쓰임의 세 영역으로 나누고 영역마다 다시 세 갈래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아홉 갈래마다 알아보는 지식과 쓰는 지식을 따로 물어 모두 18개의 질문으로 정리했습니다. 소리를 듣고 알아보는 것과 정확히 발음하는 것, 단어를 보고 뜻을 떠올리는 것과 뜻에서 단어를 찾아내는 것, 그 단어가 어떤 문장 구조로 어떤 단어와 함께 쓰이는지 알아보는 것과 실제로 그렇게 쓰는 것이 각각 다른 지식이라는 뜻입니다.
알아보기는 부분적인 지식으로도 됩니다. 철자 일부와 문맥만 있어도 뜻이 짐작됩니다. 반면 직접 쓰려면 철자와 발음, 뒤에 무엇이 오는지, 어떤 말과 어울리는지를 한꺼번에 알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학습자에게 알아보는 단어가 쓸 수 있는 단어보다 많은 것도, 뜻 고르기 문제에서 맞힌 단어가 말하기와 쓰기에서 막히는 것도 이 차이에서 나옵니다.
알아보기는 쉽고 꺼내기는 어려운 이유
첫째는 연결의 방향입니다. 단어장을 영어에서 한국어 쪽으로만 보면 'resemble을 보면 닮다가 떠오르는' 연결은 단단해지지만, '닮다를 말하려 할 때 resemble이 떠오르는' 반대 방향의 연결은 거의 연습되지 않습니다. 말하기와 쓰기는 언제나 하고 싶은 말에서 출발해 영어 단어를 찾아가는 방향이어서, 그 방향으로 떠올려 본 적이 없는 단어는 필요한 순간에 나오지 않습니다.
익히는 방향에 따라 늘어나는 지식이 다르다는 점은 실험으로도 확인되었습니다. 어휘 연구자 Stuart Webb이 2009년에 발표한 연구에서 일본의 영어 학습자들은 단어 짝을 영어에서 모국어 방향, 또는 모국어에서 영어 방향으로 익힌 뒤 단어마다 열 가지 방식으로 시험을 보았습니다. 영어를 보고 뜻을 떠올리는 방향으로 익힌 쪽은 뜻을 알아보는 지식이 더 많이 늘었고, 뜻을 보고 영어 단어를 떠올리는 방향으로 익힌 쪽은 철자를 알아보고 쓰는 지식, 그리고 뜻과 문장 구조를 직접 쓰는 지식이 더 많이 늘었습니다. Webb은 한 방향만 연습한다면 뜻에서 단어로 가는 쪽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둘째는 단서의 차이입니다. 읽을 때는 문장이 단서를 줍니다. resemble이 들어간 문장 뒤에 They have the same nose and the same smile 같은 문장이 이어지면 단어를 정확히 몰라도 '닮았다'는 뜻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말할 때는 그런 도움이 없습니다. 전하고 싶은 생각 하나만 들고 알맞은 단어를 스스로 찾아내야 하므로, 그 단어까지 가는 길이 다져져 있지 않으면 혀끝에서 맴돌다 끝납니다.
셋째는 고르는 부담입니다. 읽을 때는 적힌 단어를 이해하기만 하면 되지만, 말할 때는 비슷한 후보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말하다'에는 say, tell, talk, speak가 함께 떠오르는데, tell me the truth는 되고 say me the truth는 안 되는 것처럼 넷은 뒤에 오는 말의 형태가 서로 다릅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먼저 떠오른 단어를 한국어 문장 구조에 그대로 끼워 넣게 되고, 다음에 볼 실수들이 대부분 여기서 생깁니다.
뜻은 아는데 쓰면 틀리는 동사
한국어 화자가 아는 동사를 쓰면서 자주 틀리는 곳이 전치사입니다. 한국어는 '~에 대해', '~와', '~에게', '~에' 같은 조사로 관계를 나타내므로, 영어로 옮길 때도 조사 자리마다 전치사를 하나씩 붙이고 싶어집니다.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하다'가 discuss about the problem이 되고, '그와 결혼하다'가 marry with him이 되는 식입니다.
mention about, contact to, resemble with, enter into the room, reach to the station, attend to the meeting도 같은 식으로 만들어진 표현입니다. 아래 표에 적은 뜻으로 쓸 때 이 동사들은 목적어를 전치사 없이 바로 받습니다. explain은 조금 다릅니다. 설명하는 내용을 목적어로 받고 듣는 사람 앞에는 to를 붙여 explain it to me, explain to me why처럼 쓰는데, 사람을 바로 받는 tell me, show me의 자리에 넣어 explain me라고 하는 실수가 흔합니다.
그렇다고 '이 동사 뒤에 전치사가 오면 무조건 틀린다'고 외우면 곤란합니다. 전치사를 붙인 형태가 다른 뜻으로 따로 쓰이는 동사도 있습니다. attend to는 '처리하다, 돌보다'여서 I have some urgent business to attend to는 '급히 처리할 일이 있다'는 말입니다. enter into는 enter into an agreement처럼 계약을 맺거나 논의에 들어갈 때 쓰는 격식 있는 표현이고, answer to는 '~의 지시를 받고 그 사람에게 해명하다'라는 뜻이어서 I answer to the CEO는 '저는 대표에게 직접 보고합니다'라는 말이 됩니다. reach for는 무언가를 잡으려고 손을 뻗는 동작을, reach out to는 누군가에게 연락하거나 손을 내미는 것을 가리킵니다. married with two children도 '두 아이와 결혼했다'가 아니라 '결혼해서 아이가 둘 있다'는 뜻입니다.
아래 표의 예문은 모두 바른 문장입니다. 동사 바로 뒤에 무엇이 오는지 눈여겨 읽고, 다 읽은 뒤에는 한국어 해석만 보면서 영어 문장을 다시 말해 봅니다. 이 동사들을 사용 어휘로 옮기는 첫 연습입니다.
| 단어 | 뜻 | 예문 |
|---|---|---|
| discuss | ~을 논의하다 (about 없이) | We need to discuss the schedule before Friday.금요일 전에 일정을 논의해야 합니다. |
| mention | ~을 언급하다 (about 없이) | She didn't mention that she was leaving the company.그녀는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
| explain | ~을 설명하다 (듣는 사람 앞에 to) | Could you explain the rules to me again?규칙을 저에게 다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
| marry | ~와 결혼하다 (with 없이) | She married her college friend last spring.그녀는 지난봄에 대학 친구와 결혼했습니다. |
| contact | ~에게 연락하다 (to 없이) | Please contact me if you have any questions.궁금한 점이 있으면 저에게 연락해 주십시오. |
| resemble | ~을 닮다 (with 없이) | The little boy closely resembles his grandfather.그 어린 소년은 할아버지를 꼭 닮았습니다. |
| enter | (장소에) 들어가다 (into 없이) | Please knock before you enter the office.사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노크해 주십시오. |
| reach | ~에 도착하다 (to 없이) | We finally reached the top of the hill at noon.우리는 정오가 되어서야 언덕 꼭대기에 도착했습니다. |
| attend | (모임에) 참석하다 (to 없이) | About fifty people attended the meeting.회의에는 50명 정도가 참석했습니다. |
| answer | (질문·편지 등에) 답하다 (to 없이) | He didn't answer my question.그는 제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
| approach | ~에 다가가다 (to 없이) | A stranger approached me at the station.역에서 낯선 사람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
| emphasize | ~을 강조하다 (on 없이) | The teacher emphasized the need to study every day.선생님은 매일 공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뜻이 아니라 단어가 정하는 전치사
같은 뜻이라도 단어를 바꾸면 전치사가 생기기도 합니다. discuss와 talk about은 둘 다 '~에 대해 이야기하다'인데, talk에는 about이 있어야 하고 discuss에는 없어야 합니다. 전치사는 의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단어마다 정해진 짝이어서, 비슷한 단어의 패턴이 섞이면 discuss about 같은 표현이 생깁니다.
명사로 바꾸면 이번에는 반대가 됩니다. 동사 discuss는 목적어를 바로 받지만 명사 discussion은 a discussion about the plan처럼 전치사를 데리고 다닙니다. an answer to the question, a new approach to teaching, emphasis on safety, a strong resemblance to his father, no mention of the price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사와 함께 익힌 전치사가 동사를 쓸 때 끼어들기 쉬우므로, 동사와 명사를 한 쌍으로 묶어 비교해 두면 덜 헷갈립니다.
아래는 뜻이 같거나 비슷한데 전치사가 붙는 쪽과 붙지 않는 쪽으로 갈리는 짝입니다. 앞의 동사는 목적어를 바로 받고, 뒤의 표현은 전치사가 있어야 문장이 됩니다.
- discuss the plan, talk about the plan: 계획을 논의하다
- reach the station, arrive at the station: 역에 도착하다
- marry him, get married to him: 그와 결혼하다
- resemble her mother, look like her mother: 어머니를 닮다
- answer the email, reply to the email: 이메일에 답하다
- await the result, wait for the result: 결과를 기다리다
단어보다 짝으로 외워야 하는 연어
꺼내 쓰기가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단어가 혼자 쓰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진하다'를 영어로 옮기려 하면 thick, dark, deep이 먼저 떠오르지만 '진한 커피'는 strong coffee입니다. strong도 coffee도 아는 단어인데, 둘이 짝이라는 사실은 따로 익혀야 하는 지식입니다. 이렇게 자주 함께 쓰이는 단어의 짝을 연어(collocation)라고 합니다.
연어는 우리말과 어긋나는 곳에서 특히 틀리기 쉽습니다. 비가 세차게 오는 것은 strong rain보다 heavy rain이 자연스럽고, 차가 많은 것도 heavy traffic이라고 합니다. '비싼 가격'을 expensive price라고 하면 어색한데, 비싼 것은 물건이고 가격은 높거나(high) 낮기(low) 때문입니다. 친한 친구는 near friend가 아니라 close friend입니다.
그래서 사용 어휘를 늘리려면 단어를 하나씩 적기보다 짝째로 적어 두어야 합니다. coffee를 익히면서 strong coffee와 weak coffee를, rain을 익히면서 heavy rain과 light rain을 함께 적어 두면 말할 때 형용사를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영영사전 예문에서 그 단어와 자주 쓰이는 형용사와 동사를 두세 개씩 확인해 두는 것도 같은 연습입니다. 아래 표는 우리말을 그대로 옮기면 어긋나기 쉬운 짝입니다.
| 단어 | 뜻 | 예문 |
|---|---|---|
| heavy rain | 폭우, 세차게 내리는 비 | The game was canceled because of heavy rain.폭우 때문에 경기가 취소되었습니다. |
| heavy traffic | 교통 체증, 많은 차량 | We got stuck in heavy traffic on the way home.집에 오는 길에 교통 체증에 갇혔습니다. |
| strong coffee | 진한 커피 | I need a cup of strong coffee to wake up.잠을 깨려면 진한 커피 한 잔이 필요합니다. |
| high price | 비싼 가격 (가격은 high와 low로 표현) | The prices at this hotel are too high.이 호텔은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
| close friend | 친한 친구 | We've been close friends since middle school.우리는 중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로 지냈습니다. |
| bad cold | 독한 감기 | I've had a bad cold all week.일주일 내내 독한 감기를 앓고 있습니다. |
| light sleeper | 잠귀가 밝은 사람 | I'm a light sleeper, so even small noises wake me up.저는 잠귀가 밝아서 작은 소리에도 잠이 깹니다. |
아는 단어를 쓰는 단어로 옮기는 연습
모든 단어를 사용 어휘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기사에서 가끔 마주치는 단어는 알아보기만 해도 충분하므로, 연습 시간은 매일 말하고 쓰는 단어에 몰아 씁니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동사와 명사, 업무나 전공에서 반복해서 쓰는 단어부터 고릅니다.
문장은 사전 예문을 옮겨 적기보다 내 상황으로 만듭니다. We need to discuss the schedule을 외우는 대신 We need to discuss our vacation plans at Friday's meeting처럼 실제로 말할 일이 있는 문장을 만들면, 다음에 그 단어를 꺼낼 때 떠올릴 장면이 생깁니다. 말할 상대가 없다면 하루 서너 문장짜리 영어 일기도 같은 연습이 됩니다.
점검은 한국어에서 영어로 묻는 방식으로 합니다. 그날 공부한 단어 가운데 다섯 개를 골라 한국어 뜻만 보고 영어 문장을 하나씩 만들어 봅니다. 단어가 망설임 없이 나오고 전치사와 짝까지 맞게 붙였다면 사용 어휘로 옮겨 가는 중이고, 단어가 늦게 떠오르거나 짝을 확신하지 못했다면 아직 이해 어휘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머문 단어는 다음 날 같은 방식으로 다시 묻습니다.
하루 연습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국어 뜻만 보고 영어 단어를 소리 내어 말한 뒤 철자까지 확인하기
- 단어 하나가 아니라 discuss the plan처럼 짝과 패턴을 붙여 말하기
- 내 생활에 관한 문장을 하루 세 개씩 만들기
- 다음 날 한국어 해석만 보고 같은 문장을 영어로 다시 말하기
- 틀린 표현은 따로 모아 두고 사전 예문과 대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