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PT

글자는 같은데 뜻이 다른 일본어 한자어

일본어

일본어 한자어는 한국어 화자에게 지름길이지만, 몇몇 단어에서는 그 지름길이 엉뚱한 뜻으로 이어집니다. 大丈夫를 '대장부'로, 迷惑를 '미혹'으로 짐작하면 '괜찮다'와 '폐'라는 뜻을 놓치고 문장을 잘못 읽게 됩니다. 準備(준비), 約束(약속)처럼 한국 한자음으로 읽기만 해도 통하는 단어가 워낙 많아서 의심하지 않게 되는 것이 함정입니다. 이 글은 뜻이 갈린 한자어를 세 갈래로 나누어 예문과 함께 정리하고, 그런 차이가 생긴 경로와 한국어 한자어를 그대로 옮겼다가 틀리는 말까지 짚습니다.

한국 한자음으로 짐작이 통하는 이유

JLPT N3를 넘어서면 단어장의 중심은 두 글자 한자어로 옮겨 갑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어에도 같은 글자, 같은 뜻으로 있어서 案内(あんない, 안내), 親切(しんせつ, 친절), 生活(せいかつ, 생활) 같은 단어는 처음 보아도 뜻을 바로 압니다.

읽기에도 실마리가 있습니다. 한국 한자음의 받침은 일본어 음독과 규칙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아서, ㄱ 받침은 く·き로, ㄹ 받침은 つ·ち로, ㅇ 받침은 う·い로, ㅂ 받침은 う로, ㄴ과 ㅁ 받침은 ん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生活(せいかつ)에서는 '생'의 ㅇ이 い로, '활'의 ㄹ이 つ로 이어지고, 学習(がくしゅう)에서는 '학'의 ㄱ이 く로, '습'의 ㅂ이 う로 나타납니다. 이 대응을 알면 처음 보는 한자어도 읽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뜻이 같은 단어가 많은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두 언어는 고전 한문에서 많은 어휘를 함께 물려받았고, 19세기 후반 일본에서 서양 개념을 옮기려고 새로 만들거나 옛 한자어에 새 뜻을 입힌 번역어가 그 뒤 한국어와 중국어에도 들어왔습니다. 철학(哲学)이라는 말은 메이지 시대의 학자 니시 아마네가 philosophy를 옮기며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함께 들어온 근대 개념어는 대개 두 언어에서 뜻이 같습니다.

한국어와 뜻이 완전히 갈린 단어

첫 번째 갈래는 한국어에도 같은 한자어가 있는데 뜻이 전혀 다른 단어로, 가장 조심해야 하는 유형입니다. 勉強(べんきょう)는 일본어에서 '공부'이지만, 같은 글자를 한국 한자음으로 읽은 면강은 '억지로 하거나 시킴'이라는 드문 말입니다. 거꾸로 한국어 공부를 한자로 쓴 工夫는 일본어에서 くふう로 읽고 '궁리, 고안'을 뜻합니다. 중국어에서는 같은 두 글자가 '시간, 품'이라는 뜻으로 쓰이니, 工夫는 세 언어에서 뜻이 모두 다른 셈입니다.

大丈夫(だいじょうぶ)는 '괜찮다'이고, 한국어 대장부는 '건장하고 씩씩한 사내'입니다. 迷惑(めいわく)는 '폐, 성가심'이라서 迷惑をかける는 '폐를 끼치다'가 되고, 스팸 메일은 迷惑メール라고 부릅니다. 무언가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는 한국어 미혹과는 거리가 멉니다. 文句(もんく)는 일상에서 주로 '불평'으로 쓰여 文句を言う가 '불평하다'가 됩니다. 한국어 문구처럼 '글귀'를 뜻하는 쓰임은 決まり文句(상투적인 문구), 宣伝文句(광고 문구) 같은 말에 남아 있습니다.

是非(ぜひ)는 부사로 '꼭, 부디'라는 뜻이라 是非来てください는 '꼭 와 주세요'라는 초대입니다. 명사로 쓴 是非を問う(옳고 그름을 따지다)는 한국어 시비의 본뜻과 같지만, 일본어 是非에는 '시비를 걸다'의 말다툼이라는 뜻이 없습니다. 丁寧(ていねい)는 '정중하다, 꼼꼼하다'인데, 한국어에서 흔히 쓰는 정녕은 '정녕 그렇단 말이냐'처럼 '틀림없이, 정말로'라는 부사입니다.

都合(つごう)는 일상에서 거의 '형편, 사정'으로 쓰여 都合が悪い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가 됩니다. 사전에는 한국어 도합처럼 '모두 합쳐'라는 뜻도 실려 있어 都合五人(모두 다섯 명)처럼 쓰지만, 대화에서 듣는 都合는 대개 '사정' 쪽입니다.

真面目는 읽기에 따라 다른 단어가 됩니다. まじめ로 읽으면 '성실하다, 진지하다'이고, 한국어 진면목처럼 '본디 모습'을 뜻할 때는 しんめんもく로 읽습니다. 用意(ようい)는 '준비'라서,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처럼 '하려는 마음'을 뜻하는 한국어 용의와 쓰임이 다릅니다.

사자성어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어 사전의 팔방미인에도 '누구에게나 잘 보이도록 처세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실려 있지만, 일상에서는 대개 여러 방면에 재주가 많은 사람을 칭찬할 때 씁니다. 일본어 八方美人(はっぽうびじん)은 반대로 누구에게나 좋은 얼굴을 하는 사람을 꼬집을 때 주로 씁니다. 칭찬하려고 꺼낸 말이 실례가 되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한국어와 뜻이 갈린 일본어 한자어
단어뜻예문
勉強べんきょう공부毎日三時間日本語を勉強します。매일 세 시간 일본어를 공부합니다.
工夫くふう궁리, 고안狭い部屋でも、家具の置き方を工夫すれば広く使える。좁은 방이라도 가구 배치를 궁리하면 넓게 쓸 수 있다.
大丈夫だいじょうぶ괜찮다薬を飲んだから、もう大丈夫です。약을 먹었으니까 이제 괜찮습니다.
迷惑めいわく폐, 성가심夜遅くに騒ぐと近所の迷惑になる。밤늦게 떠들면 이웃에게 폐가 된다.
文句もんく불평, 불만彼は料理の味にいつも文句を言う。그는 음식 맛에 늘 불평을 한다.
是非ぜひ꼭, 부디日本に来たら、是非うちに遊びに来てください。일본에 오면 꼭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都合つごう형편, 사정明日は都合が悪くて行けません。내일은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갈 수 없습니다.
丁寧ていねい정중하다, 꼼꼼하다店員は丁寧に説明してくれました。점원은 정중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真面目まじめ성실하다, 진지하다彼は真面目な学生で、授業を休んだことがない。그는 성실한 학생이라 수업을 빠진 적이 없다.
用意ようい준비旅行の用意はもうできました。여행 준비는 이미 다 되었습니다.

같은 글자가 다른 뜻이 된 세 가지 경로

이런 차이는 대개 세 가지 경로로 생겼습니다. 첫째는 같은 고전 한자어가 두 언어에서 다른 방향으로 변한 경우입니다. 大丈夫는 본래 중국 고전에서 '훌륭한 사내'를 뜻했고, 한국어 대장부가 이 뜻을 이어받았습니다. 일본어에서는 이 말이 '매우 튼튼하다'에서 '틀림없다, 안심할 수 있다'로 뜻을 넓혀 오늘날의 '괜찮다'가 되었습니다.

勉強도 일본어에서 뜻이 크게 옮겨 간 말입니다. 본래 '애써 힘쓰다',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다'라는 뜻이었고, '학문을 익히다'라는 뜻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메이지 시대 이후입니다. 현대 일본어에서는 '값을 깎아 주다'라는 뜻도 함께 쓰여서, 가게 주인이 勉強しますよ라고 하면 '싸게 해 드릴게요'라는 말입니다.

둘째는 일본 고유어에 뜻이 맞는 한자를 맞춰 적은 경우입니다. 真面目의 まじめ는 글자 하나하나의 음과 관계없이 단어 전체에 붙인 읽기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읽는 大人(おとな)나 今日(きょう)는 한자 뜻과 단어 뜻이 맞아떨어져 문제가 없지만, 真面目처럼 한국어에 같은 글자의 다른 단어가 있으면 엉뚱한 뜻이 먼저 떠오릅니다.

셋째는 한국어에서 독자적인 뜻으로 굳은 한자어입니다. 한국어 공부(工夫)와 인사(人事)는 각각 '배우고 익힘', '만나거나 헤어질 때 예를 표함'이라는 뜻으로 자리 잡았지만, 일본어 工夫와 人事에는 그런 뜻이 없습니다. 이런 단어는 일본어를 읽을 때보다 한국어를 일본어로 옮길 때 문제가 되므로, 자주 틀리는 짝은 뒤에서 따로 정리합니다.

사전 뜻은 맞는데 쓰임에서 틀리는 단어

두 번째 갈래는 사전 뜻을 알고 있어도 대화에서 엇나가기 쉬운 단어입니다. 뜻 하나만 외워 두면 맞게 이해한 것 같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상대의 의도를 거꾸로 읽을 수 있습니다.

結構(けっこう)가 대표적입니다. '훌륭하다, 충분하다'라는 뜻의 말인데 거절과 수락 양쪽에 쓰입니다. 점원의 권유에 いいえ、結構です라고 하면 '아니요, 괜찮습니다'라는 사양이고, 상대의 제안에 それで結構です라고 하면 '그걸로 좋습니다'라는 동의입니다. 부사로 쓴 結構おいしい는 '꽤 맛있다'입니다. 거절인지 동의인지는 앞의 いいえ와 문맥으로 가립니다.

遠慮(えんりょ)는 '사양, 삼감'입니다. 遠慮しないでください는 '사양하지 마세요', 遠慮なく는 '거리낌 없이'이고, 역이나 가게의 안내문에 자주 보이는 ご遠慮ください는 '삼가 주십시오'라는 정중한 금지입니다. 이 말은 본래 '먼 앞날까지 헤아린다'는 뜻이었는데, 그 뜻은 두 언어 모두에서 深謀遠慮(심모원려)라는 사자성어에 남아 있습니다.

適当(てきとう)는 '알맞다'라는 뜻이지만, 대화에서 適当に答えた라고 하면 '대충 대답했다'에 가깝습니다. 한국어 '적당히'에도 비슷한 쓰임이 있지만, 일본어에서는 사람을 두고 あの人は適当だ라고 해 '무책임하다'는 평가까지 합니다. 微妙(びみょう)도 '미묘하다'라는 뜻 외에, 음식 맛이나 옷차림을 두고 '좀 별로다'를 돌려 말할 때 자주 씁니다. 친구가 새 옷을 보여 줄 때 微妙라고 하면 칭찬이 아닙니다.

元気(げんき)는 한국어 원기와 뜻이 닮았지만 쓰임의 폭이 훨씬 넓습니다. 한국어에서는 원기 회복처럼 굳은 표현에서 주로 쓰는 데 비해, 일본어에서는 お元気ですか(잘 지내세요?), 元気出して(힘내)처럼 매일 주고받는 말입니다. 正直(しょうじき)도 '정직하다'라는 뜻과 함께, 正直、よく分からない(솔직히 잘 모르겠다)처럼 '솔직히'라는 부사로 자주 쓰입니다.

뜻은 닮았지만 쓰임이 다른 일본어 한자어
단어뜻예문
結構けっこう충분하다, 괜찮다, 꽤いいえ、もう結構です。아니요, 이제 괜찮습니다.
遠慮えんりょ사양, 삼감店内での撮影はご遠慮ください。매장 안에서는 촬영을 삼가 주십시오.
適当てきとう알맞다, 대충適当に答えないで、ちゃんと考えてよ。대충 대답하지 말고 제대로 생각해 봐.
微妙びみょう미묘하다, 애매하다新しい店のラーメン、正直ちょっと微妙だった。새로 생긴 가게 라멘, 솔직히 좀 별로였어.
元気げんき건강함, 기운ご家族の皆さんはお元気ですか。가족분들은 모두 잘 지내세요?
正直しょうじき정직하다, 솔직히正直に言うと、その計画には反対です。솔직히 말하면 그 계획에는 반대입니다.

일본어에서만 일상어로 자리 잡은 한자어

세 번째 갈래는 일본어에서는 매일 쓰는데 한국어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한자어입니다. 留守(るす)는 '집을 비움, 부재중'이라 留守番(るすばん)은 '집 보기', 留守番電話는 '자동 응답 전화'를 뜻합니다. 我慢(がまん)은 '참음', 油断(ゆだん)은 '방심', 一応(いちおう)는 '일단', 機嫌(きげん)은 '기분, 심기', 世話(せわ)는 '돌봄, 신세'입니다.

이 가운데 我慢은 뜻의 방향이 거의 반대로 바뀐 말입니다. 본래 '나를 내세우고 남을 업신여기는 교만'을 뜻하는 불교 용어였고, 한국어에는 지금도 같은 뜻의 불교 용어 아만으로 남아 있습니다. 일본어에서는 '고집을 부리다'라는 뜻을 거쳐 에도 시대 후기부터 '참고 견디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단어는 한국 한자음으로 읽어도 떠오르는 말이 거의 없어 잘못 짐작할 일은 적습니다. 대신 짐작할 단서도 없으니 我慢できない(못 참겠다), お世話になりました(신세 많이 졌습니다)처럼 자주 쓰는 형태 그대로 외워 두는 편이 빠릅니다.

한국어에서 거의 쓰지 않는 일본어 한자어
단어뜻예문
留守るす부재중, 집을 비움友達の家に行きましたが、留守でした。친구 집에 갔지만 집에 없었습니다.
我慢がまん참음, 인내歯が痛くて、もう我慢できない。이가 아파서 더는 못 참겠다.
油断ゆだん방심相手が弱いチームだからといって、最後まで油断してはいけない。상대가 약한 팀이라고 해서 끝까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
一応いちおう일단, 우선大丈夫だと思うが、一応もう一度確認しておこう。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한 번 더 확인해 두자.
機嫌きげん기분, 심기父は今日とても機嫌がいいようです。아버지는 오늘 기분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世話せわ돌봄, 신세留学中はホストファミリーに大変お世話になりました。유학 중에는 홈스테이 가족에게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한국어 한자어를 그대로 옮기면 틀리는 말

반대 방향의 함정도 있습니다. 한국어 한자어를 그대로 일본어 한자로 바꾸면 뜻이 달라지거나 일본어에 없는 말이 됩니다. 읽을 때는 드러나지 않다가 말하거나 쓸 때 나오는 실수라, 의식하지 않으면 오래 고쳐지지 않습니다. 자주 틀리는 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사는 挨拶(あいさつ)입니다. 人事(じんじ)라고 하면 회사의 인사 업무를 가리키게 됩니다.
  • 공부는 勉強(べんきょう)입니다. 工夫(くふう)는 '궁리'라는 뜻입니다.
  • 애인은 恋人(こいびと)입니다. 현대 일본어의 愛人(あいじん)은 흔히 결혼 관계 밖의 연인을 가리키므로, 연인을 소개할 때 쓰면 큰 오해를 삽니다.
  • 식당에서 '계산해 주세요'는 お会計お願いします입니다. 計算(けいさん)은 '셈'이라서 값을 치른다는 뜻으로는 쓰지 않습니다.
  • 대학교는 大学(だいがく)입니다. 일본어의 大学校는 防衛大学校처럼 문부과학성이 아닌 정부 기관이 세운 교육 기관의 이름에 주로 붙는 말입니다.
  • 기차는 보통 電車(でんしゃ)나 列車(れっしゃ)라고 합니다. 汽車(きしゃ)는 증기 기관차가 끄는 열차를 떠올리게 하는 말입니다.

한자어 함정을 피하는 학습 순서

새 한자어를 만나면 먼저 한국 한자음으로 뜻을 짐작하고, 그 짐작이 예문과 맞는지 대조합니다. 예문에서 어긋나는 단어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표시해 둡니다. 맞혔다는 느낌을 예문으로 한 번 확인하는 습관만 들여도 뜻이 갈린 단어를 일찍 걸러 낼 수 있습니다.

표시한 단어는 틀리기 쉬운 쪽을 함께 적어 한 줄로 정리합니다. '大丈夫는 괜찮다, 대장부가 아님', '迷惑는 폐, 미혹이 아님'처럼 적어 두면 같은 단어를 다시 볼 때 한국어 뜻이 먼저 튀어나오는 습관을 끊는 데 도움이 됩니다.

외울 때는 단어 하나보다 함께 쓰이는 표현으로 묶습니다. 迷惑をかける, 文句を言う, 都合がいい, ご遠慮ください, 是非来てください처럼 덩어리로 익혀 두면 문장 속에서 뜻을 따로 떠올리지 않아도 바로 이해됩니다. 복습은 틀렸던 단어부터 하고, 다음 날과 일주일 뒤처럼 간격을 넓혀 가며 다시 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반대 방향을 점검합니다. 일본어로 메시지나 일기를 쓴 뒤 人事, 愛人, 計算처럼 한국어 습관대로 쓴 한자어가 없는지 다시 읽어 봅니다. 읽을 때와 쓸 때 한 번씩 걸러 내는 습관이 붙으면 한자어는 다시 한국어 화자의 지름길이 됩니다.

JLPT 급수별 단어 목록N5부터 N1까지 급수마다 단어를 읽기·뜻·품사와 함께 정리했습니다